2003년에 개봉한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여러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한 커플의 사랑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 달리,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조금씩 연결되면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든다.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오랫동안 함께한 관계가 흔들리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면서도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미 끝난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러브 액츄얼리가 보여주는 사랑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다.
설레는 사랑도 사랑이고, 이루어지지 않는 마음도 사랑이며, 가족과 친구를 향한 마음 역시 사랑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공항에서 서로를 기다리고 껴안는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사랑은 특별한 사람들만 경험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러브 액츄얼리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다.
1. 크리스마스를 앞둔 런던의 여러 사람들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둔 시점에서 시작한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누가 누구인지 조금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물들의 관계가 하나씩 연결된다.
영국 총리와 비서,
오랜 결혼생활을 이어온 부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남자,
처음 사랑을 경험하는 어린 소년,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두 사람,
한물간 가수와 그의 매니저까지 정말 다양한 관계가 등장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 보인다.
하지만 모두 한 가지 감정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바로 사랑이다.
2. 총리와 비서 나탈리의 사랑
휴 그랜트가 연기한 영국 총리는 새롭게 취임하면서 관저에서 일하는 나탈리를 만나게 된다.
처음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호감이 생긴다.
하지만 한 사람은 영국 총리고 다른 한 사람은 직원이다.
마음이 있다고 해서 쉽게 관계를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총리는 나탈리를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지만 자신의 위치 때문에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한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 한 사람 때문에 계속 흔들리는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특히 혼자 음악을 들으며 관저 안에서 춤추는 장면은 러브 액츄얼리를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다.
평소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평범한 남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3.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마크
러브 액츄얼리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지금까지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관계가 마크와 줄리엣이다.
줄리엣은 마크의 가장 친한 친구 피터와 결혼한다.
마크는 결혼식에서 두 사람을 축하하지만 사실 줄리엣을 사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줄리엣에게 차갑게 행동한다.
줄리엣은 마크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식 영상을 확인하면서 마크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다.
영상에는 신랑인 자신의 친구보다 줄리엣의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그제야 줄리엣은 마크가 자신을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좋아했기 때문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4. 스케치북 고백이 기억에 남는 이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마크는 줄리엣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친구에게 들키지 않도록 음악을 틀어놓은 뒤 스케치북에 자신의 마음을 적어 보여준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 봤을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다.
마크가 원하는 것은 줄리엣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끝내려고 한다.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사랑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그 사람과 함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마음을 인정하고 놓아주는 것도 하나의 사랑일 수 있다.
5.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해리와 카렌
영화에서 가장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는 해리와 카렌 부부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이어온 부부다.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해리에게 직장의 젊은 직원이 적극적으로 접근하면서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카렌은 남편이 자신 몰래 준비한 것처럼 보이는 목걸이를 발견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한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받은 선물은 전혀 다른 물건이다.
그 순간 카렌은 목걸이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6. 혼자 방에서 눈물을 닦는 카렌
러브 액츄얼리에는 화려한 고백 장면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카렌이 혼자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렌은 방에서 잠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밖으로 나온다.
누구에게 소리치지도 않고 크게 싸우지도 않는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더 슬프게 느껴진다.
젊은 연인들의 설레는 사랑과 달리 오랜 결혼생활에서 생기는 상처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래서 어릴 때 볼 때와 나이가 들어 다시 볼 때 가장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7.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시작되는 사랑
작가 제이미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뒤 프랑스로 떠난다.
그곳에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포르투갈 여성 오렐리아를 만나게 된다.
문제는 두 사람이 서로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이미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오렐리아는 포르투갈어로 이야기한다.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오히려 관객에게는 두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감정은 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8.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언어까지 배우다
영국으로 돌아온 제이미는 오렐리아를 잊지 못한다.
결국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 포르투갈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다시 그녀를 찾아간다.
제이미가 오렐리아에게 서툰 포르투갈어로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로맨틱한 순간 중 하나다.
흥미로운 것은 오렐리아 역시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을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배웠다는 행동 자체가 더 큰 고백처럼 느껴진다.
9. 엄마를 잃은 소년 샘의 첫사랑
영화에는 어른들의 사랑만 등장하지 않는다.
아내를 잃은 대니얼은 의붓아들 샘을 걱정한다.
샘이 계속 우울해하자 엄마를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샘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학교에서 만난 여자아이 조안나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어린 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다.
대니얼은 그런 샘의 사랑을 가볍게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역시 조금씩 가까워진다.
10. 공항을 향해 달리는 샘
조안나가 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샘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어른들에게는 어린아이의 첫사랑일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샘에게는 지금 놓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중요한 순간이다.
그래서 공항을 뛰어다니며 조안나를 찾아가는 장면이 유쾌하면서도 응원하게 만든다.
러브 액츄얼리는 이런 작은 사랑까지 다른 이야기들과 같은 무게로 바라본다.
사랑에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11. 사랑보다 가족을 선택하는 사라
사라에게도 오랫동안 좋아한 직장 동료가 있다.
드디어 두 사람이 가까워질 기회가 생긴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사라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녀가 돌봐야 하는 가족이다.
사라는 결국 자신의 사랑보다 가족을 선택한다.
다른 이야기처럼 행복한 연애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사랑은 연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을 향한 책임과 애정 때문에 자신의 연애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12. 한물간 가수 빌리 맥의 의외의 사랑
빌리 맥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고 과거 히트곡을 바꿔 다시 발표하는 가수다.
영화 내내 엉뚱한 행동과 말을 하면서 웃음을 담당한다.
그에게는 오랫동안 함께한 매니저 조가 있다.
두 사람은 항상 티격태격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가수와 매니저 관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되면서 빌리 맥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는다.
화려한 파티보다 오랫동안 자신의 옆을 지켜준 친구와 함께하는 것을 선택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연인 사이의 사랑만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랜 친구에게 느끼는 애정 역시 중요한 사랑이다.
13. 모든 사랑이 행복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러브 액츄얼리는 흔히 크리스마스에 보기 좋은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로 기억된다.
실제로 행복하게 이어지는 커플도 많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은 아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배우자의 배신 때문에 상처받고,
누군가는 가족 때문에 자신의 연애를 뒤로 미룬다.
이 점 때문에 영화가 단순한 동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에는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질투와 실망, 포기와 기다림도 함께 존재한다.
제목이 ‘러브 액츄얼리’인 것도 특정한 사랑 하나가 아니라 이런 여러 모습의 사랑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14.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이유
러브 액츄얼리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영화 전체가 크리스마스를 향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고 곳곳에서 캐럴이 들린다.
각 인물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정리한다.
누군가는 고백하고,
누군가는 다시 만나고,
누군가는 이별을 받아들인다.
한 해가 끝나기 전에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말을 꺼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매년 겨울이 되면 다시 찾게 되는 영화가 된 것 같다.
15. 공항에서 시작해서 공항에서 끝나는 영화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는 공항의 모습이 등장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을 기다리는 가족과 연인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껴안는다.
유명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 장면이 영화 전체의 이야기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다.
우리는 사랑이라고 하면 특별한 고백이나 운명적인 만남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사랑은 훨씬 평범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
친구를 반갑게 껴안는 사람,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이다.
16. 러브 액츄얼리를 보고 난 후기
러브 액츄얼리는 처음 봤을 때와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영화다.
처음에는 총리와 나탈리의 사랑이나 제이미와 오렐리아처럼 로맨틱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카렌이나 사라의 이야기가 더 오래 남기도 한다.
사랑한다고 해서 항상 원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표현했다고 반드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했다고 관계가 저절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만큼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도 많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러브 액츄얼리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사랑을 한 가지 모습으로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사랑도 있고,
짝사랑도 있고,
부부의 사랑도 있고,
가족을 향한 사랑도 있고,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를 향한 마음도 있다.
어떤 사랑은 이루어지고 어떤 사랑은 끝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또 누군가를 좋아하고 기다리고 사랑한다.
영화 제목처럼 결국 사랑은 특별한 곳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주변 곳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3년에 나온 영화라 지금 보면 시대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 다시 보고 싶어지는 분위기만큼은 여전히 좋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첫 장면에서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난다.
세상이 복잡하고 좋지 않은 일들만 가득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공항에 가보면 서로를 기다리고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러브 액츄얼리가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사랑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