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개봉한 씬 시티(Sin City)는 일반적인 범죄영화와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흑백 화면을 기본으로 강렬한 색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면서도 마치 만화책 속 그림이 그대로 움직이는 듯한 독특한 영상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이런 화면에 시선이 먼저 간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씬 시티라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주인공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경찰도 믿기 어렵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부패해 있다. 거리에는 범죄가 넘쳐나고 사람들은 법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서로 얽힌다.
완벽하게 정의로운 영웅도 없고 완전히 깨끗한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목숨까지 건다.
그래서 씬 시티는 단순히 폭력적인 범죄영화라기보다 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도 사람이 끝까지 지키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1. 죄악의 도시 베이신 시티
영화의 배경은 베이신 시티다.
사람들은 이곳을 줄여서 씬 시티라고 부른다.
이름부터 평범하지 않다.
도시 전체가 범죄와 부패로 가득하다.
정치인과 경찰, 범죄 조직이 서로 얽혀 있고 법이 제대로 사람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힘이 곧 규칙이 된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숨길 수 있고 힘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도시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세 가지 이야기가 중심적으로 펼쳐진다.
처음에는 각각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인물과 장소가 조금씩 겹치면서 같은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 한 소녀를 지키려는 형사 하티건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하티건은 은퇴를 앞둔 형사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할 사건이 있다.
어린 소녀 낸시를 위험한 범죄자로부터 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상대방이 평범한 범죄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집안과 연결되어 있다.
하티건은 자신이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낸시를 포기하지 않는다.
씬 시티에서 경찰이라고 해서 모두 정의로운 것은 아니지만 하티건에게는 최소한 자신이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3. 정의로운 행동의 대가
하티건은 낸시를 구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 크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사건의 진실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오히려 하티건이 범죄자로 몰린다.
그가 옳은 일을 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씬 시티라는 도시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이 아니다.
옳은 행동을 했다고 보상받지도 않는다.
오히려 옳은 일을 선택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하티건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4. 마브와 골디의 짧은 만남
미키 루크가 연기한 마브는 씬 시티에서 가장 강렬한 인물 중 하나다.
거대한 체격과 험악한 얼굴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런 마브에게 어느 날 골디라는 여성이 다가온다.
마브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따뜻하게 대해준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다음 날 마브가 깨어났을 때 골디는 죽어 있다.
그리고 상황은 마치 마브가 범인인 것처럼 만들어져 있다.
5. 자신에게 따뜻했던 한 사람을 위한 복수
마브는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골디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내려고 한다.
마브에게 골디와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이 그의 인생에서는 특별했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범인을 찾아내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마브는 수많은 사람과 싸운다.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의로운 영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에게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자신을 인간답게 대해준 사람을 위해 끝까지 복수하는 것이다.
6. 마브라는 인물이 기억에 남는 이유
마브는 외형만 보면 영화 속 악당에 더 가까워 보인다.
험악한 얼굴에 폭력적이고 상대를 공격할 때도 망설임이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면 오히려 씬 시티에서 가장 순수한 인물 중 하나처럼 느껴진다.
그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은 끝까지 기억한다.
그리고 약속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겉으로 가장 괴물처럼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인간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씬 시티는 이런 식으로 외형과 내면을 계속 뒤집어 보여준다.
7. 드와이트와 올드타운의 여성들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한 드와이트의 이야기는 올드타운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올드타운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독특한 규칙이 존재한다.
경찰과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외부의 간섭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균형이 깨질 위험에 놓인다.
드와이트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인다.
문제 하나를 처리하려 했을 뿐인데 사건은 점점 커진다.
그리고 작은 실수 하나가 올드타운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8. 법이 없는 곳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질서
씬 시티에서는 공식적인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든다.
올드타운의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자신들을 보호해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들의 공간을 지킨다.
이 모습은 영화 전체의 세계관과 연결된다.
씬 시티의 사람들은 경찰이나 제도를 쉽게 믿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직접 싸우고 직접 복수한다.
현실에서는 위험한 방식이지만 영화 속 도시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그려진다.
9. 흑백 화면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
씬 시티를 이야기하면서 영상 표현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대부분은 강렬한 흑백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모든 색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처럼 특정 색깔이 중요한 순간에 강조된다.
그래서 화면 하나하나가 만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특히 어두운 그림자와 강한 대비 때문에 배우들의 얼굴도 실제 사람이라기보다 그래픽 노블의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2005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상당히 독특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은 발전했지만 씬 시티만의 시각적인 스타일은 쉽게 낡지 않았다.
10. 만화책을 그대로 움직이게 만든 것 같은 영화
씬 시티는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를 보면 원작 만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화면으로 옮기려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인물들의 독백이 자주 등장하고 대사도 현실적인 대화라기보다 만화 속 문장처럼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장면의 구도 역시 일반적인 영화와 다르다.
실제 공간을 그대로 촬영했다기보다 한 컷 한 컷을 그림처럼 구성한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에 익숙해지면 씬 시티라는 비현실적인 도시와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11. 영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주인공들
하티건과 마브, 드와이트 모두 일반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있다.
완벽하게 정의롭지도 않고 법을 지키면서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는다.
특히 마브와 드와이트는 폭력을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럼에도 관객은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이유는 그들보다 훨씬 악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어도 주인공들에게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지키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지킨다.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악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 한다.
그래서 씬 시티에서는 선과 악을 일반적인 기준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12. 권력을 가진 악당들이 더 무서운 이유
씬 시티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들은 단순히 총을 가진 범죄자들만이 아니다.
돈과 정치적 권력까지 가진 사람들이 더욱 무섭다.
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숨길 수 있다.
경찰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필요하다면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
그래서 하티건 같은 사람이 아무리 옳은 일을 해도 쉽게 이길 수 없다.
개인이 거대한 권력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다.
이 도시에서는 악당 한 사람을 쓰러뜨린다고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이미 부패해 있기 때문이다.
13.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도시에서 연결된다
씬 시티의 재미 중 하나는 여러 주인공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한 이야기에서 잠깐 등장했던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중요한 인물로 나온다.
같은 술집과 같은 거리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시간 순서도 단순하지 않다.
어떤 이야기에서 이미 결과를 본 뒤 다른 이야기에서 그 이전의 모습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각각의 이야기가 완전히 독립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두 씬 시티라는 하나의 거대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14. 폭력적인데 이상하게 낭만적인 영화
씬 시티에는 상당히 거친 장면이 많다.
총격과 복수가 이어지고 등장인물들도 끊임없이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야기에는 낭만적인 부분이 있다.
하티건은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마브는 자신에게 따뜻했던 사람을 위해 끝까지 복수한다.
드와이트 역시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위험 속으로 들어간다.
방법은 거칠지만 행동의 시작에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완전히 차갑고 잔혹한 영화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15. 씬 시티라는 공간 자체가 주인공
영화를 모두 보고 나면 가장 강하게 기억되는 것은 특정 인물보다 도시 자체일 수도 있다.
비가 내리고,
어두운 골목이 이어지고,
낡은 술집과 범죄가 가득하며,
밤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도시다.
누군가 죽어도 다음 날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한 사람이 복수에 성공한다고 해서 도시가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각각의 주인공은 씬 시티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자신이 지키고 싶은 단 한 사람이나 하나의 약속을 위해 움직인다.
16. 씬 시티를 보고 난 후기
씬 시티는 줄거리보다 분위기가 먼저 기억나는 영화였다.
흑백 화면 속에서 특정 색만 강렬하게 나타나는 장면들은 지금 봐도 독특하다.
2005년 작품인데도 다른 영화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실하다.
내용 역시 일반적인 범죄영화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보통 범죄영화에서는 경찰과 범죄자의 구분이 비교적 분명하다.
하지만 씬 시티에서는 그런 구분이 거의 의미가 없다.
경찰도 부패할 수 있고 범죄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직업이나 겉모습이 아니다.
그 사람이 마지막까지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가가 인물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보인다.
특히 마브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겉으로 보면 누구보다 위험하고 폭력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한 사람을 잊지 못한다.
그 짧은 기억 하나 때문에 끝까지 진실을 찾아간다.
하티건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낸시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의 행동이 항상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이 세운 기준만큼은 마지막까지 지킨다.
아마 그것이 씬 시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인지도 모른다.
도시 전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패한 권력을 모두 없앨 수도 없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을 지키거나 하나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묘하게 인간적인 부분이 남는다.
씬 시티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기 쉬운 영화는 아니다.
폭력적인 표현도 강하고 독특한 화면과 독백 위주의 진행 방식이 취향에 따라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스타일이 맞는 사람에게는 쉽게 잊히지 않는 작품이다.
특히 그래픽 노블의 그림을 실제 영화로 옮긴 듯한 영상은 이 작품만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씬 시티는 정의로운 사람이 악당을 물리치는 도시로 기억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라는 것이 거의 사라진 곳에서 몇몇 사람들이 자신만의 선을 지키려고 버티는 도시로 기억된다.
모든 것이 타락한 세상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어쩌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 남은 마지막 선일지도 모른다.